2005년 9월부터 약 1년에 걸쳐 인터넷 쇼핑몰에서 성인용품을 판매하던 최모(33)씨는 여성의 성기·음부 등이 재현된 남성용 자위기구의 제품 사진을 인터넷 쇼핑몰에 게시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법 위반)로 기소됐다. 최씨는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받았지만 "철저한 성인인증 시스템을 갖춘데다 이 사진은 음란하지 않다"면서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기각됐다. 지난 달 22일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성인용품을 파는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온 남성용 자위기구 사진은 '음란한 영상'에 해당한다"며 기각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대법원 1부)는 판결문에서 "음란한 물건 해당 여부는 그 물건 자체에 관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문제가 된 사진은 여성의 성기를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표현해 사회통념상 그것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성욕을 자극하거나 흥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주로 법원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 누리꾼(아이디 amk3683)은 "성인용품 판매 사이트에 성적인 수치심을 느끼려고 방문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요. 참 묘한 판결이네요"라고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motivelife) 역시 "인터넷에 성기구를 전시했다고 해서 그게 위법이 된다는 게 성인들의 놀거리 문화를 빼앗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일본은 빌딩 안에 성 기구 자판기가 놓여진 곳도 있는데…"라며 판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판결이 나오기 3일 전 인천지법에서는 다른 시각의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여성용 자위기구를 수입하려다 세관으로부터 '음란물'이라는 이유로 통관을 거부당한 수입업체 A사가 인천공항국제우편세관장을 상대로 '수입통관보류처분취소' 청구 소송을 낸 사건에 대해서는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인천지법 제 1행정부는 "성인용품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도 점차 개방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옛 우리사회에서 남근을 숭배하는 민간 풍습이 있었던 점에 비춰볼 때 여성용 성 보조기구가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음란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법원은 지난 2000년과 2003년에도 성인용품점에서 자위기구를 전시·판매한 것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