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장기 불황과 일본 엔화가치 상승(엔고)으로 일본의 유흥업계에 진출하려는 여성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최근 몇몇 인터넷 카페에서는 엔고의 이점을 적극 부각시키면서 여성들의 일본행을 부추기고 있다.
이들 브로커들은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면 빚도 갚고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며 ‘서둘러 일본으로 가는 것이 돈 버는 길’임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그들의 논리 자체는 그럴듯하다.
일 단 엔고 현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에 가서 과거처럼‘영업’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거기다 일본의 경우 3개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기때문에 누구든 여권과 비행기 표만 있으면 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과연 그들의 말대로 일본에 가면 큰돈을 벌 수 있을까. 취재결과 실상은 기대와는 매우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인터넷상에는 한국 유흥가 여성들의 일본 진출을 알선하는 카페가 상당수 있다.
이들 카페는 한결같이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한국에서 빚을 지며 살지 말고 일본에서 큰돈을 벌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능력에 따라 월급을 받기 때문에 많으면 한 달에 2000만~3000만 원까지도 벌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결국 어서 빨리 ‘좋은 기회’를 잡으라고 권하고 있다.
최근 한국 유흥업계는 실제로‘폭탄’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불황에 몸살을 앓고 있다.
그동안 불이 꺼질 줄 모르던 텐프로 업소들마저 50% 이상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영업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따라서 기존의 텐프로에 다니던 아가씨들 상당수가 제 살길 찾기에 바쁠 정도다.
특히 그녀들은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나 호주 미국으로 갈 생각을 많이 한다.
그 중에서도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가까울 뿐만 아니라 비자도 까다롭지 않고, 아무래도 영어보다는 일본어가 좀 더 쉽다는 인식 때문에 많이 선호한다고 한다. 어떤 브로커들은‘월 1000만 엔까지 벌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한국 돈으로는 무려 1억 5000만 원이 넘는 돈이다. 텐프로에서도 최고의 에이스들이 벌이들이는 한 달 수입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금액이다.

하지만 과연 그들의 말은 사실일까. 한 달에 1억 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말 일본에 가면 목돈을 만질 수 있는 것일까.
그러나 조금만 따져보면 그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단 일본의 경우도 현재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에서도‘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며 창업 이래 지금까지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무적의 도요타자동차도 최근 적자를 내고 대규모 감원을 했다.
백색가전 분야에서 부동의 1위라고 할수 있는 파나소닉 역시 급격한 매출 감소에 내홍을 앓고 있는 상태다
일본 최고의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두 개의 기업이 이럴진대 다른 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일본 유흥가도 예외가 아니다.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한국의 텐프로 업소들처럼 곧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한국 여성들이 지금 일본에 가봐야 과거와 같은 돈벌이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한다.
이미 일본의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고급 유흥술집에서 펑펑 돈을 쓸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또 하나의 허점은 일본에서 장기 체류를 할 수 있다는 환상이다. 현재 일본의 경우 3개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하지만 일단 3개월을 꽉 채우고나면 그 다음부터는 입국 허가가 쉽지 않다. 3개월마다 한국에 한 번 다녀오면 비자가 무한정 연장될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 3개월을 꽉 채운 사람, 특히 여성의 경우 불법 체류나 일본 내 유흥가에서 일을 할 것으로 의심,공항에서 집중적인 추궁을 한다.
결국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1개월 반 정도를 체류하고 귀국, 몇 개월간 한국에 있다가 다시 일본으로 가야 하지만 1개월 반 정도 일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면 한국에선 놀 수밖에 없다. 결국 일본에서 번 돈도 다 까먹을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에서 돈을 벌기도 쉽지 않거니와 돈을 벌어도 도움이 못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한 달에 1000만 엔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는 어떨까. 실질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현 재 일본 샐러리맨의 한 달 월급은 30만~40만 엔 수준. 일본어도 잘 구사하지 못하고 일본 문화도 잘 모르는 여성이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의 월급에 30배 이상의 돈을 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는 필리핀 여성이 한국 유흥가에 오면 한 달에 500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다.
한국 최고 에이스들도 만질 수 없는 돈을 한국어도 못하는 필리핀 여성이 과연 벌 수 있을까.

꿈같은 이야기다.브로커들은 또 ‘일본어도 배우고 돈도벌수 있으며 가족같이 생활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않다.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감금을 당한 채 2차 성매매를 강요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업소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이상 그 누구도 안심할 순 없다.

또한 일본 내에 있는 대부분의 한국 술집들은 조직 폭력배들이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때 로는 불법 체류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 일본 경찰들은 최근 유흥가의 한국 여성에 대해 치밀하고 대대적인 단속을 하고 있는데 일단 체포되면 100% 강제 추방되는 건 물론 다시는 일본 땅을 밟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행을 꿈꾸는 유흥가 여성들은 이러한 실상을 잘 모르고 있다. 일본 현지의 업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많은 유흥가 여성들이‘엔고’에 환상을 품고 일본으로 떠나고 있지만 결국은 만신창이의 몸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