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클럽-아무리 어려워도 시장은 있더라,아이템,창업정보,커뮤니티.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이영훈(36)씨는 최근 피부 관리에 상당히 공을 들인다. 10만원이 넘는 클렌징 폼이나 8만원짜리 남성 전용 에센스를 사는 게 아깝지 않다. 단정하고 깔끔한 외모가 환자에게 신뢰를 준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씨처럼 외모에 관심을 두는 남성이 부쩍 늘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5~24세 남자 청소년이 고민하는 문제 가운데 외모가 9.9%로 3위를 차지할 정도다. 외모에 대한 관심은 패션과 액세서리 부문으로도 이어져 백화점의 남성 제품 브랜드의 매출이 1년 새 30~40%씩 늘었다. LG생활건강 오형직 브랜드매니저는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관련 상품 매출도 함께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극심한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꽁꽁 닫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새로운 소비층도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이른바 ‘블루슈머’다. 경쟁자 없는 시장인 ‘블루오션’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를 합성한 신조어인 블루슈머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은 불황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통계청은 최근 몇 년간 작성된 국가 통계를 분석해 ‘2009 블루슈머 10’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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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희망 코드=1월 일자리가 10만3000개 줄고 청년 실업률이 8.3%로 뛰는 등 고용시장은 최악의 상황이다. 하지만 실업 탈출과 고용 유지에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오히려 기회를 맞고 있다. 잡코리아·인크루트 등 인터넷 취업 지원 사이트의 매출은 2003년 300억원에서 지난해 800억원으로 뛰었다. 미용·요리학원 등에는 취업 예비생이 몰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통계청의 ‘취업 학원비 물가지수’는 2005년 이후 계속 전체 물가지수를 웃돈다.

소득이 줄고 일자리가 위태로워지자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대폭 줄었다. 그러나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효용을 주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 ‘똑똑한 지갑족’이 탄생한 것이다. 이 덕분에 중고품 매매나 대여업의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옥션 중고장터의 지난해 12월 거래액은 1년 전에 비해 600%나 증가했다.

해외여행자가 줄어든 대신 ‘내 나라 여행족’이 뜨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국내 여행이 증가하자 관광지 주변 점포의 매출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고급 외제차 렌털 사업, 캠핑카 사업 등이 떠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회 변화가 소비도 바꿔=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선 나홀로 가구도 국내 소비 지형을 바꾸고 있다. 1인용 가구와 전자제품·음식 등 이른바 싱글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부터 싱글족을 겨냥한 소형 주택인 ‘미니 아파트’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 아파트 단지 주변에선 쇼핑 대행, 음식 배달업, 심부름 센터 등 생활지원 사업이 번창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 갖기를 소망하는 부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도 유망해지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07년 불임 관련 진료를 받은 환자는 16만4000여 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불임 방지 요가 학원과 불임 여성용 다이어트 상품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환경 덕분에 U(유비쿼터스) 쇼핑족도 주목을 끌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의 2009년 국내 소매시장 전망에 따르면 올해 사이버 쇼핑 매출은 21조2000억원으로 백화점 매출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됐다. 택배·쇼핑몰 사이트 구축, 상품 촬영 대행 등 관련 산업도 동반 부상하고 있다.

◆친환경을 찾아서=몇 년 새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몰라보게 높아졌다. 지구 온난화를 막는 것이 자신의 건강한 삶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녹색세대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건을 살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따져보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사람들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임재규 박사는 “ 친환경 아이디어가 결합된 상품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금 비싸더라도 유기농 제품을 찾고, 불편해도 직접 먹거리를 만드는 현상도 환경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유기농 제품을 직접 재배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최근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가 발표한 유통업 전망 보고서에서는 ‘홈메이드 지원 상품’을 이슈로 선정하기도 했다.

최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