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통합마케팅 연주회: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현재, 당신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를린필하모닉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뽑혔다고 치자. 우선 개인적으로 무한한 영광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일 뿐, 개성이 독특한 세계최고 수준의 연주자들이 즐비한 이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뛰어난 통솔력과 절대적인 카리스마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장기간의 피나는 노력을 거듭하여 비싼 돈을 지불하고 들어온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ㆍ찬사를 받지 못한다면 언제 쫓겨날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성공한 지휘자라는 명예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예술적 감각만이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지휘자는 청중들이 오케스트라에 대해 언제,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오케스트라는 분명히 독주회와는 다르다. 많은 개성있는 연주자들이 모여 하나의 조화된 소리를 내어 청중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청중들은 오케스트라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까? 게쉬탈트(Gestalt) 심리학은 이에 대해 흥미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청중들은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들을 때 트럼펫ㆍ심벌즈ㆍ바이올린 등 각각의 악기들이 내는 개성있는 음색을 별도로 ‘감각(sensation)'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회 전체의 조화된 음악를 음미하면서 감동적이다라고 '지각(perception)'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 혹은 브랜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오케이캐시백이라고 하는 브랜드를 고객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간단히 말해서 오케이캐시백의 광고, 홍보, 판촉 등등의 제 활동들은 하나의 목소리(One Voice)를 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 정립’이라는 목표를 위해 각각의 조직들이 전문성을 발휘하면서도, 이들 각 조직은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한 목소리(One Voice)로 조화’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일관성을 확보하고 연상을 강화할 수 있도록 통합되어야 한다. 왜? 통합의 효과는 ‘1+1=2’가 되는 것이 아니라 ‘1+1=2+α’를 기대하고 행해지기 때문이다.

통합마케팅을 위한 시스템-네트워크 어프로치 (System-Network Approach)

2001년 2월 11일, 인류사에 큰 변화의 조짐을 예견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과학자들이 인간 게놈지도를 완성했다고 발표했던 것이다. 그런데, 당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것은 인간의 유전자 수가 약 10만개 정도일 것이라는 지금까지의 추측과는 달리 2만6천~4만개 정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유전자 연구의 주 실험대상이었던 C. 엘레강스(1만9천개)나 초파리(1만3천개)의 2-3배에 불과한 것이다!

기껏 미생물 정도에 불과한 존재들과 이 정도 차이 밖에 안 난단 말인가?

그런데 인간은 왜 이들보다 훨씬 복잡한 것인가?.

그것은 고등동물일수록 유전자들 간의 상호작용(Interacticon)이 하등동물보다 왕성하게 행해지기 때문이다. 즉 유전자 간의 조합을 이용하여 다양한 네트워크(Network)를 만들고 이를 통해 여러 가지 기능을 확장하게 되는 것이다.

‘시스템(System)’이나 ‘네트워크(Network)’라고 하면 언뜻 컴퓨터나 기계를 연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들이 시스템이 아닐까?

예를 들어 인간도 유전자-단백질-세포-장기 등등의 시스템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작동되는 존재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의 이러한 “시스템의 구조, 상호작용의 유연성, 네트워크의 연결성” 등이 다른 동식물과 다른 존재로 인식되게 하는 근본적인 차이라 볼 수 있다.

기업도 생물과 마찬가지로 진화하기도 하고 도태되기도 한다. 기업의 진화를 이러한 다위니즘(Darwinism)적 관점에서 본다면, ‘디지털(Digital)’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을 절대절명의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디지털 패러다임이 기업활동에 끼치는 영향력의 가장 핵심적 사안은 바로 ‘고객중심 사상의 창발(emergence)’에 있다. 지금까지 기업이 구두로만 외쳐왔던 고객중심의 개념은, 고객들의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한창 강화됨에 따라 권력이동(Power Shift)을 가져왔다. 인터넷을 통한 브랜드커뮤니티의 활성화, 안티고객들의 세력화 등의 경향은 이제 기업들이 신뢰를 얻는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자연도태의 길을 걷게 될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강화시키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기업(브랜드)이 고객과 직접 만나게 되는 기회가 증가함으로써 ‘마케팅(Marketing)을 중심으로 한 조직구조의 개편’을 정당화하게 된다. 수익이 없다면 기업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제 활동은 근본적으로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수익은 고객으로부터 나오며, 기업의 활동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여 그들과의 관계를 증진시키려는 노력을 통해 실현된다. 따라서 기업시스템 측면에서 마케팅의 역할이 증대하게 되며, 고객에게 한 목소리(One Voice)를 내려는 통합마케팅 활동은 자사뿐만 아니라 제휴사까지도 포함한 통합적 커뮤니케이션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것을 요약하자면, 통합마케팅 활동은 앞에서 잠시 언급했던 ‘시스템의 구조, 상호작용의 유연성, 네트워크의 연결성’을 강화함으로써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시스템의 구조’의 측면에서는 전체 조직 중 마케팅 부서에 보다 많은 가중치(weight)를 두는 방향으로 재편되어야 하며, ‘상호작용의 유연성’ 측면에서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다양화하면서도 시너지 효과를 유발할 수 있도록 구축되어야 하며, ‘네트워크의 연결성’ 측면에서는 자사 내의 조직 간 뿐만 아니라 자사-제휴사와의 관계 및 고객-고객 간의 관계에 있어 시스템의 연결구도를 강화하여 수확체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통합마케팅 활동의 기대효과는 “The whole is greater then the sum of the parts. (전체는 각 부분들의 총합 이상의 것이다)”라는 문구로 요약될 수 있다. 지금까지도 기업은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면서 많은 활동을 해왔다. 그런데 왜 지금와서 통합마케팅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고객들의 브랜드 접점인 ‘미디어의 융합(Media Convergence)’ 현상으로부터 촉발되었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에고노믹스(Egonomics) 시대의 도래: 누구를 위한 마케팅통합인가?

우리는 일반적으로 미디어를 통해서 전달되는 내용(컨텐츠)이 중요하며, 미디어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순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캐나다의 미디어학자인 Marshall McLuhan은 미디어가 그 자체로 하나의 근원적인 메시지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즉 인터넷에서 유용한 정보를 만나는 일도 의미가 있지만, 인터넷이라는 미디어와 우리의 몸이 만날 때 생기는 신체적,감각적 변화야말로 미디어가 전달하는 근본적인 의미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디어는 우리의 몸에 어떠한 방식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그의 저서 제목이기도 한 ‘미디어는 맛사지다(The Medium is the Massage)’라는 명제[1]로서 그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미디어가 맛사지라는 말은 미디어가 사람의 몸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함으로써 새로운 무의식을 형성하기 때문에, 미디어는 인간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가 접하는 미디어는 하나의 인터페이스(Interface)가 되는 셈이다. 미디어는 인간으로 하여금 능동적인 선택을 유발하고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인터넷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여 왔고, 이제는 여기저기 편재(Ubiquitous) 되어 있는 미디어와 미디어 간에도 연결성이 강화되어 가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아니라 ‘개인을 둘러싼 일상 생활(Digital Life) 환경’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 인터넷으로 촉발된 IT의 다음 시대를 ‘유비쿼터스(Ubiquitous)’라고 하는 개념이 선도하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를 한 마디로 ‘내가 기계에 맞추던 시대’라고 표현한다면, 이에 비해 디지털 시대는 ‘기계가 나를 위해 맞추는 시대’다. 유비쿼터스는 컴퓨터의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게임기, 휴대폰, 가전기기 등이 복합된 네트워크다. 따라서 ‘기계들(미디어들)이 연결되어 나를 위해 맞추는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 체제가 ‘개인주의 경제(Egonomics)’으로 진화한다는 추론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지금까지 아날로그 TV가 행해왔던 방식은 이름 모를 대중들에게 일방향(1-way)적으로 메시지를 수용하기를 강조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TV의 등장은 한사람 한사람에게 맞추어 쌍방향(2-way) 및 상호작용적(Interactive) 커뮤니케이션을 행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디지털 TV는 핸드폰ㆍ컴퓨터ㆍ냉장고 등 다른 다양한 수단과도 연결(Convergence)되어 있다. 따라서 한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는 여러 미디어들에 의해 공유되고, 기업의 마케팅 메시지는 통합된 한 목소리를 내어야 하는 필연성을 요구받게 된다

(사이버머니 도토리와 미니홈피) 싸이월드(www.cyworld.com) 내에서 유통되는 사이버머니 도토리(左). 도토리를 통해서 자신의 미니룸을 꾸밀 수도 있으며, 이를 위해 지인들로부터 받고싶은 선물을 찜하거나 혹은 자신이 구입한 도토리들은 다른 지인들에게 선물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강력한 ‘소비자 간 거래’의 기반이 싸이월드에 대한 입소문을 확산시키고 매출에 기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개인주의경제[2]의 흐름은 기업의 수익창출원에 있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여 준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싸이월드는 2004년 상반기 국내 트렌드의 중심에 서있는데, 2004년 6월 현재 월 평균 30억원(1백원짜리 도토리 3천만개 판매)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싸이월드의 매출 중 70~80%는 바로 도토리의 개인간 유통을 자극하는 ‘선물하기’, ‘소망상자’ 등에 기인하고 있다. 즉 1천원치의 도토리를 사면 자기 미니룸에 200~300원을 쓰고 다른 사람을 위해 700~800원을 쓴다는 것이다.

미니룸을 가꾸려다보니 도토리가 필요하고, 도토리를 사려니 돈이 좀 아깝고, 그러다보니 가진 사람들에게 상부상조하자고 꼬드켜서 도토리 몇 개씩을 선물받거나 소망상자 속에 담아둔다. 사실 대부분 1~2천원 정도는 과감하게 휴대폰 결제를 하거나 오케이캐시백을 통해 구입할 수 있으며, 실제로 다들 그렇게 한다. 게다가 실제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1~2천원 정도의 가치를 지닌 사이버상의 선물이지만, 이것은 상대방(애인ㆍ친구 등)에 대한 친근성/우호감을 표시하는 적극적 행위이다. 받으면 기분 좋고 줄 때도 부담이 없다. 만약 도토리가 충분하다면 자신의 미니홈피에서 ‘개인 이벤트’를 열어 방명록에 가장 많은 글을 남긴 사람에게 경품으로 제공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개인주의경제의 초점은 기업-소비자가 아니라 ‘소비자-소비자 간의 관계(C2C: Customer to Customer )’로부터 힌트를 얻어야 한다. 싸이월드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되기 전까지는 변변하게 광고를 한 적도 없다. 선물가게를 열어놓기는 했지만 여느 쇼핑몰 이나 유료컨텐츠 사이트들처럼 구매를 자극하기 위해 회원들에게 강력한 압박을 하지도 않는다. 싸이월드는 조폐공사처럼 도토리만 찍어내고, 그 유통은 소비자들 간에 알아서들 하도록 내버려둘 뿐이다. 어찌보면 마치 국가를 하나 만들어 놓고 아파트나 상가를 분양해 준 다음 세금을 거두는 ‘봉이김선달式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기업의 통합마케팅 노력은 누구를 향해 진화하는가? 바로 ‘개객(개인고객)’을 향해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통합마케팅을 실현하기 위해서 기업은 고객지향적인 마케팅 중심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인 고객들과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지원하여, 그들의 네트워크 가치를 증대하여야 한다. 기업은 개객의 일상 소비에 조언자로서 도움을 주고, 그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수익창출에 기여하게 하는 ‘공동창조의 관계(Craftsmanship)’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1]메시지(message)가 아니라 맛사지(massage)로 철자를 바꾸었다는 점을 주의하라. 한편, 그가 자신의 묘비명에도 “미디어는 맛사지다”라고 쓰도록 유언했던 일화도 유명하다.

[2]자기 중심적인 사고 및 경제생활을 중시하는 개인주의경제학(egonomics) 트렌드는 소비활동에 있어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고 `가격`보다는 `가치`를 중요시하는 흐름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