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옆에서 만난 ‘영철 Street 버거’(하편)





Street Market이 장학금도 기부한다고?


설마 Street Market이 얼마나 번다고 장학금을 기부하냐고? 일시적인 치기나 허세 혹은 허풍으로 여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철 Street 버거'는 고려대에 장학금을 기부한바 있다. 2천만원이라는 거금을 장학금으로 고려대에 쾌척했고, 고려대에서는 ‘영철스트리트버거 장학금’이라 명명하여 가난하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가난하게 살아왔던 이영철 씨로서는 2천만원이라는 정말 큰 돈을 기부한 것이다. 그가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다. 그는 정말 돈을 제대로 쓸줄 아는 장사꾼이었다. 이런 장학금 쾌척은 고려대 학생들에게는 아주 좋은 이미지로 남게되고 학생들에게 ‘영철스트리트버거’는 더 이상 장사꾼이 아닌 한울타리에 있는 구성원이 되도록 한 셈이다. 그리고 학교 축제나 고연전 때에는 무상으로 버거를 천여개씩 나눠주기고 한다. 그런 덕분에 고려대 학생 행사에서 섭외 1순위로 꼽히고 있으며, 학생들은 고려대의 명물로 불러주고 있다.
지난 월드컵 때는 한국팀이 이길 때마다 몇백개씩 무상으로 나눠준적도 있다. 아니 조그만 Street Market에서 뭘 얼마나 번다고 장학금에 공짜 음식까지 주다니? 저렇게 세상물정 모르고 사람만 좋아서는 학생들에게 인기는 있을지 몰라도 돈은 못벌거라고 속단하면 오산이다. 그의 계산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행동들은 당장은 손해가 되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아주 좋은 마케팅 전략이 되어 장기적으로는 큰 이익을 안겨줬던 셈이다. 덕분에 '영철 Street 버거'는 학교 앞에 있는 여느 Street Market 중의 하나가 아니라, 고려대의 명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학생들 때문에 돈을 벌고 있으니, 그 정도는 되갚아야죠” 라며 슬며시 웃는 이영철씨의 얘길 듣다보면 정말 순진한 장사꾼인지, 아니면 고도의 전략을 숨긴 장사꾼이지 분간이 안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정직한 장사꾼이라는 점이고, 그것이 그가 가진 마케팅 전략이자 노하우인 셈이다. 진심은 통한다고 하지 않던가. 고객을 돈다발이 아니라, 사람으로 볼 줄 아는 그에게, 우호적인 고객이 늘어나는 것은 인지상정이지 않겠는가?
결과만 따지고 보자면 누구나 저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그렇게 하는게 쉽지만은 않다. 고객과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어둔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결국 이러한 긴밀한 유대관계는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 확대에 기여했으며, 매스컴에 소개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수많은 방송과 신문 취재를 통해 '영철 Street 버거'의 인지도는 더욱 커지게 되었다.



이윤보다 고객을 더 위한다?


'영철 Street 버거'에는 크리넥스 티슈를 쓰고 있다. 대개 길거리 음식장사에서 두루마리 휴지를 쓰고 있다. 노점상 뿐 아니라 번듯하게 꾸며놓은 카페나 식당에서도 두루마리 휴지를 자주 본다. 그런데 조그만 노점상에서 크리넥스 티슈라니? 고객들이 한손으로 버거를 먹다가 휴지가 필요할 때 다른 한손으로 두루마리 휴지를 뜯는데, 그게 무척 힘들어 보이더라는것이다. 그래서 크리넥스를 쓰면 편하게 보이겠다 싶어서 돈은 더 들지만 바꿨다고 한다. 크리넥스의 반응은 예상 외였다. '영철 Street 버거'는 학생들 뿐아니라 교수들도 애용하는데, 그중에서 외국인 교수들 눈에는 그게 참 좋아보였다. 대개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가장 이해안되는 모습 중의 하나가 식당에 두루마리 휴지를 갖다두는 것이라고 한다. 두루마리 휴지는 화장실 용이기 때문에 그것을 식탁에 둔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인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큰 식당에서도 잘꾸며놓은 카페에서도 두루마리 휴지를 많이 쓰는데, 정말 조그만 길거리 노점상에서 크리넥스를 쓰는 모습이 외국인 교수 눈에는 정말 대단하게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버거는 비닐 포장지에 둘러쌓여있어서 먹을때 손을 버리지 않게 했다. 대개 길거리 버거나 토스트는 휴지나 종이로 잡고 먹기에 손에 묻히기 쉽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비닐포장지를 쓰면서 돈은 좀더 들겠지만 고객을 편리하게 한다. 이런 사소한 배려가 결국 고객에게는 큰 감동을 주고 있다. 고객이 받은 감동은 결국 마케팅으로 이어지게 된다.



매스컴이 좋아할 이야기 꺼리가 많다?


그렇다면 왜 방송과 신문에서 '영철 Street 버거'를 많이 다뤘을까? 다룰만한 이야기 꺼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천원이라는 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버거에 딸려나오는 콜라를 무제한으로 리필할 수 있다는 것도 이야기 꺼리가 되었고, 학생들을 위해 무슨 특별한 날이나 행사때엔 무상으로 버거를 준다는 것도 이야기 꺼리가 되었다. 거기다가 매일 마지막 버거는 돈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도 이야기 꺼리가 되었다. 학교 앞 Street Market이 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용천참사때나 무슨 사회적 불상사가 생겼을때 자신의 버거를 천여개씩 내놓으며 모금활동을 하는 것도 이야기 꺼리가 되었다. 사실 방송과 신문은 언제나 이야기 꺼리를 찾고있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이렇게 이야기 꺼리가 많은 '영철 Street 버거'야 말로 방송에서 자주 다뤄줄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영철 Street 버거'의 마케팅 효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사실 방송과 신문에 노출되는 것만큼이나 큰 광고효과가 또 어디있을까? 다들 창업하고 나서 자신의 점포가 방송이나 신문에 노출되기를 희망하면서도 막상 노출되어야할 객관적 타당성, 즉 남들이 알면 재미있어할 이야기 꺼리를 만들어내지 못하지 않았던가? 그런 점에서 '영철 Street 버거'는 매체를 통한 마케팅에서의 방법론이자 교훈을 안겨준다.



Street Market이 무슨 브랜드야?


창업자에게 브랜드는 상당히 중요한 고민꺼리 중의 하나이다.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고민이지만, 장차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구축해나가고, 어떻게 이미지화 시켜내는지도 중요한 고민이다. 사실 길거리 버거가 무슨 이름이 필요하냐 할 수도 있겠지만, 브랜드는 우리에게 신뢰도를 부여해주는 척도이자 인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거기다가 이름을 걸고 만드는 음식이야 말로 소비자에게 주는 신뢰 효과는 크다. 길거리지만, 천원짜리 버거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것이다.
현재 '영철 Street 버거'라는 이름은 이미 상표 등록까지 한 상태이며, 자체 상표의 로고를 새긴 간판도 걸려있고, '영철 Street 버거'가 새겨진 빨간모자를 쓰고 일하고 있다. Street Market에서도 이미 브랜드의 가치를 이해했던 셈이고, 그의 브랜드인 '영철 Street 버거'는 여타의 다른 천원짜리 햄버거들과의 뚜렷한 차별성을 부여해주고 있었다.



25만원짜리 중고리어카로 시작했다


‘영철 Street 버거'는 2000년에 25만원짜리 중고리어카를 비롯해 총 60여 만원의 창업자금으로 시작하였다. 그는 몇 년만에 Street Market에서 소점포로 옮겼으며, 하루에 2000개 정도의 버거를 팔고 있다. ‘영철 Street 버거'의 성공은 이영철 씨의 풋풋한 웃음 속에 숨겨진 고도의 마케팅 노하우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영철 씨는 마케팅 관련한 책을 본적도 없고, 자신이 해왔던 것이 무슨 대단한 마케팅 전략이나 노하우가 될거라고 생각도 못해봤다고 겸손해하지만, 그가 현장에서 땀을 흘리면서 직접 얻어낸 값진 마케팅 전략과 노하우는 어느 대기업의 마케팅 사례 못지않게 피부에 와닿았다. 그리고 그의 정직하면서 정이 넘치는 감동 마케팅은 정말 배울게 많다. 고객에게 감사할 줄 알고, 번 돈을 제대로 쓸 줄아는 것이야말로 장사꾼이 갖출 기본인데, 이영철 씨는 그 기본에 충실했다.



버거가 아닌 정을 판다


'영철 Street 버거'를 지켜본 결과, 버거 맛도 좋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이영철씨가 주는 감동의 맛이었다. 고객과 가족같은 관계가 되고, 자신의 이윤보다 고객을 진심으로 위할 줄 아는 마음이 고객에게 감동이 되는 것이다. '영철 Street 버거'와 똑같은 버거를 가지고서도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이라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버거가 아니라 이영철씨가 가진 땀에 밴 감동 마케팅이 없어서이다. 실제로 '영철 Street 버거'의 프랜차이즈 가맹한 곳에서는 고대앞의 '영철 Street 버거' 본점만큼의 성과는 거두질 못하고 있다. 그들에게 '영철 Street 버거'와 똑같은 버거는 있지만, 이영철씨가 흘린 땀과 고객에게 주는 감동이 부족해서 일거다. 버거를 똑같이 흉내낼게 아니라, 그런 감동 마케팅의 노하우와 땀흘리는 성실성을 흉내내야 성공에 이를 수 있다. 바로 이영철씨의 성공 마케팅 비법은 고객 감동 마케팅이었던 것이다.




<길거리에서 만난 마케팅의 귀재들 (김용섭 저, 청림출판, 2004)> 중에서